추억 찾기 다섯 번째 산행을 소요산(逍遙山: 587m )으로 정하고, 학창시절 때 친구들과 자주 다녔던 기억을 찾아본다. 아내가 산을 좋아하게 만들어 준 산악회(음악과 산사랑 산악회)를 따라가기로 한다. 처음 산악회를 찾아 산행을 한다고 하니, 최근 몸 컨디션이 안 좋아 민폐나 끼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조그마한 간이역 소요산역 역사는 지난 세월만큼 변화된 모습이다. 지하철 1호선이 연장되어 이곳까지 운행되기에 역사도 현대적 건물로 바뀌어 있다. 역에서 만나기로 한 9시30분이 되자, 산악인다운 건장한 모습의 회원들이 도착한다. 아내의 산행사진을 보았기에, 인사를 처음 하는데도 낯설지가 않고 반갑기만 하다.
인원파악과 함께 장소를 산림욕장 입구 넓은 공터로 옮긴다. 처음 온 사람의 간단한 인사와 몸 풀기 체조까지 한다. 노란 리본도 배낭에 달아본다. 여기에서호칭은 모두가 닉네임으로 하여, 나도 ‘푸코’로 갑자기 정해본다. ‘앨리스,’ ‘물안개,’ ‘무지개,’ ‘여왕벌,’ ‘하이트,’ ‘벨라,’ ‘리버,’ ‘꽃게,’ ‘나뭇꾼,’등 이름이 재미있다.
참여한 인원은 지각하여 오고 있는 회원포함 32명이나 되어 다소 많은 편이라 한다. 한사람만 남기고, 많은 인원이 기다릴 수 없어 10시쯤 산행을 시작한다. 오르는 코스는 산림욕장 입구(화계) 옆으로 하여 오르기 시작한다. 누가 ‘푸코님’하고 부르는데, 한참동안 누군지 몰라 두리번 거리기도 하였다.
20분쯤 숨을 몰아쉬며 오르니, 능선(바람골)이 나타나며 바람이 불어와 시원함을 느낀다. 안개로 뒤덮인 가운데 온도마저 높아 완전 찜질방이나 다름없다. 어린 시절 동요 ‘산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고마운 바람.....’ 가사가 떠오른다. 5분정도 숨을 고르며, 풍경을 보려 해도 시야가 전혀 확보되지 않는다. 다시 20분가량 오르는데 서서히 능선의 바위가 뾰족뾰족 험하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뒤따라오는 지각생과 합류하기 위하여 30여분 장기 휴식을 취한다. 등산로에 삼거리가 나오는데, 왼쪽으로 간 선두가 오른쪽 방향을 외친다. ‘알바’ 용어를 이해하며, 조금 더 가니 1차 목표지점 하백운대(440m)에 11시40분경 도착한다.
하백운대를 통과하고 10여분이 체 안 걸리는 거리에 중백운대 (510m)가 있다. 이곳에서 10분정도 휴식을 취하면서 사진도 찍는다. 상백운대(559m)를 지나고 나니 칼바위가 시작된다. 옛날 기억이 않나 걱정도 했지만, 아직 참고 갈만하다. 그런데 어제 비가내리고 오늘도 안개와 빗방울이 간혹 떨어져 무척 미끄럽다. 선녀탕으로 내려가는 이정표 부근 넓은 곳에 점심식사 준비를 한다. 각자 준비하여 온 식사를 내 놓고 서로 나누워 먹게 되니, 시골에서 일하다가 식사하는 모습과 같다. 물론 산에서 하는 식사라 맛도 있지만, 젊은 친구들의 익살과 재미나는 분위기로 식욕을 돋게 한다. 식사시간은 1시간(12시20분-13시20분)를 가졌다. 식사가 끝나고는 내려가는 코스이거나, 완만한 길로 생각한 것은 착각이었다. 식사를 많이 하고, 남은 칼바위와 나한대 전 급경사 오르막을 오르자니 더 힘 든다. 13시45분경 나한대(571m)에 도착하여 이불을 편다. 산악회 현수막을 앞에 펴고, 참여한 전인원이 기념사진을 찍 있다. 휴식 후 그 곳에서 10여분 거리의 최종목표 주봉인 의상대(587m)에 도착한다. 일기가 좋지 않아 힘든 산행이기에 주봉에 서 있는 것이 보람과 기쁨을 가져온다. 내려오는 인공계단이 안개 속에 숨어 있는 것이 아쉽다. 6개 봉우리가 말발굽 모양으로 능선을 만들고 있는 마지막 봉우리 공주봉(526m)을 포기한다. 300m 앞에 두고 하산이 아쉬움은 있지만 오늘 산행 대장의 말과 같이 안개가 너무 끼어 의미가 없을 듯하다. 샘터와 일주문 이정표를 따라 내려오는 길은 급경사 내리막으로 지팡이가 많은 도움을 준다. 30분 정도 내려오니 샘터와 옛 절터 계곡이 나온다. 여기에서 등산을 한 후 처음으로 수고한 발을 시원하게 해준다.
20여분 ‘족욕식’을 마치고 5분정도 내려오니, 포장된 큰 도로가 나오며 시원한 원효폭포가 오늘의 더위를 씻어준다. 또 한 번 이불을 펴고는 기념사진을 찍는다. 차도를 따라 내려오며 계곡을 보니, 젊었을 때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이제는 호칭으로 부르는 닉네임이 정겹게 들리기 시작한다. 정해진 등산코스로 인해 산 중턱에 있는 자재암에는 못가지만, 입구의 일주문이 다음에는 꼭 다녀가라 한다. 이 사찰은 신라 선덕여왕 때 원효대사께서 산 이름을 소요, 절 이름을 자재암이라 하고 수행을 쌓던 도량이라고 한다. 일주문을 통과하여서도 차도로 20여분을 걸어 나와야 한다. 산 입구에는 매표소가 있는데, 입장료가 1,200원이라 한다. 매표소를 그냥 통과하기가 그래서 물어보니, 자재암에서 징구하는 것이라 한다. 모든 국내의 산들은 입장료가 다 폐지되었는데 이곳만 남아있는 듯하다. 다음에 올 때는 입장료를 내면서, 자재암 구경까지 해야겠다.
10시에 올랐던 입구 부근까지 오니 16시이다. 무려 6시간의 긴 산행이었지만, 사실은 뒤에 오는 일행 기다리기 및 족 욕 등을 감안 할 때는 1시간정도는 차감하여야 할 것 같다. 이제 남은 것은 하산 뒤풀이가 궁금해진다. 의정부 쪽으로 이동하여 덕정리에서 생맥주 파티를 열었다.
망설였던 산악회 따라가기를 정말 잘 한 것 같다. 하나의 조직이 움직이는 활력이 넘치는 삶을 느끼게 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만나는 사람과 대화는 동년배로 모든 것이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얼마나 젊은 친구들이 매너가 있고, 재치와 유머가 있는가! 산악회의 발전이 기대된다.
돌아오는 9월이 일주년이라고 하니, 짧은 기간 동안 큰 성과를 내고 있다. 모두가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젊은 진행자 몇 명의 힘이 더욱 크다고 생각한다. 시간과 건강이 허락된다면 같이 젊게 산행해 보고도 싶다. 매력은 닉네임 뒤로 과거와 현재의 직업, 직위, 재력, 학벌, 연고는 사라지고, 거론도 하지 않는 점이다.
오직 스스로의 건강과 산행의 즐거움만을 위하여 음악과 함께 뭉쳐있다. 회원은 인터넷을 통하여 전국적으로 확대해 가고 있다. 무궁한 산방의 발전을 기원해 보며, 수고 많았던 젊은 진행자들한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이후로는 좀 더 아니 가본 산 위주로 많이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08. 7. 6. 소요산 산행을 하고 나서.....
'산 이야기 > 서울 외곽지역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룡곡산-인천무의도,당산,국사봉,정상,하나개유원지('09.3.8) (0) | 2009.04.21 |
---|---|
고대산-연천,신탄리역,2등산로,정상,3등산로 산행('09.2.1) (0) | 2009.04.21 |
사패산-망월사역,망월사,정상,회룡사 산행('09.3.1) (0) | 2009.04.19 |
천마산-남양주,호평동버스종점,정상,마석 산행('08.6.12) (0) | 2009.04.18 |
천마산-마석쉼터,호평동 산행('08.10.19) (3) | 2009.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