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고요 수목원-가평

 

  서울의 동부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 많이 다녀오는 곳인 아침고요 수목원을 이제서 가본다. 한때는 영화 ‘편지’의 촬영장소로 유명해져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가 되기도 했다. 아이들과 아내는 이미 다녀왔지만, 가보지 못한 손자와 함께 아내와 며느리도 동행을 하여 넷이서 나들이를 한다.

 

 

  46번 경춘 국도를 타고 청평을 지나 검문소에서 현리방향으로 좌회전한다. 7km정도 진행하면 상면초등학교 앞에 이정표가 있고, 좌측으로 진입한다. 좁은 도로로 4km가면 가평군 상면에 소재한 목적지가 나온다. 물론 47번국도 퇴계원-일동 간을 이용하여 우회전 하여 들어와도 된다.

 

 

  일정한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가면, 이용시간은 아침8시에서 저녁 8시30분까지(입장은 오후 7시) 이다. 가평군 축령산 기슭에 어느 대학교 교수가 우리나라 정원의 모형을 제시하기 위하여 1996년 설립하였다고 한다. 한국 정원의 아름다움을 세계인들에게 보여주고, 자연 속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하였다.

 

 

  전에 해외여행을 할 때 미국과 호주에서 각각 일본식정원과 중국식 정원을 본 경험이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정원에 대한 개념은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다. 오늘 손자와 함께 공부도 할 겸 가을맞이 나들이도 한다. 10만평 부지위에 고향집정원, 하경정원, 에덴정원, 분재정원 등 총20개의 테마정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 잘 가꾸어진 수목과 가을로 들어서는 계절인데도 아름다운 꽃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옥잠화, 나무수국, 벌개미취 꽃과 나비 등 이름 모를 들꽃이 수없이 많다. 여기저기 표시하여 놓은 이정표가 어느 곳을 먼저 가야할지 혼돈을 가져온다. 한번 이상씩 온 경험이 있기에 따라 다닐 수밖에 없다.

 

 

  먼저 가게 된 곳은 ‘에덴계곡의 탑 골’인데, 관람객이 쌓아 놓은 돌탑이 골짜기를 꽉 메운다. 돌탑 하나하나를 정성껏 쌓아올리며 작은 소망까지도 빈다고 하니, 많은 작은 탑들이 의미가 각각 다르다. 주위에는 신발을 벗고 꽃들을 감상하며 자연과 함께 건강까지 지키도록 하는 지압코스도 있다.

 

 

  정원나라는 우리나라 가정에서 보아온 소규모의 앞마당 정원을 연상케 한다. 다양한 주제의 여러 가지 정원이 있는데, 작은 정원 안에 원두막, 물레방아와 함께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이 각기 제멋을 자랑한다. 정원 앞 정자에 앉아서 보고 있으면 마치 자기 집 앞뜰에 꾸며 놓은 정원인 듯 착각에 빠지게 된다. 

 

 

  가까운 곳에 있는 고향집 정원으로 가보니, 우리가 어린 시절에 자라던 시골모습을 그대로 재현하여 놓았다. 고향의 모습인 초가집 처마 밑에 있는 윷놀이 판과 말판은 어른들이 농한기 때 유일하게 즐기던 놀이문화 이기도 하다. 옆에서 구경하며 흥에 겨웠던 옛날 생각을 잠시 해보게 된다.

 

 

  삶의 애환이 담겨 있는 장독대를 보고 있자니, 어머니와 누나의 모습이 아른 거리는 것이 그만큼 나이가 먹었나보다. 마루에 걸터앉아 앞에 보이는 야산의 나무들을 보고 있으면, 모든 잡념이 없어지고 어린마음으로 돌아 간듯하다. 아직은 낮 기온이 뜨거워, 시원한 마루에 누워 오수나 즐겼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아무래도 어린 손자와 함께 오다보니, 이곳 마루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밖에 날씨가 뜨거우니 누구하나 쉽게 나가려 하지 않는다. 다른 장소로 가는 길목에 일찍 핀 코스모스도 한몫을 하고 있다. 시골 길가에 피는 가을꽃의 대표이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꽃이기도 하다.

 

 

 하경정원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금수강산 지도 모형에 꽃을 심어, 남과 북을 꽃길로 하나가 되게 표현하였다.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만들어 놓은 정원이다. 이제는 넓고 푸른 잔디광장인 아침광장으로 나왔다. 수목원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으며 시원하게 탁 트인 전망이 편안함을 준다.

 

 

 

  마지막으로 아침광장에 있는 ‘천년향’은 이 수목원을 상징하는 나무로써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800여년의 수령에 걸 맞는 기이한 수형이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한다. 행동에 제한을 받게 되어 많은 곳을 가보지는 못하였지만, 조용한 산속에 와서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