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에 의하여 점차 봄과 가을이 짧아지면서, 춥고 더운 날이 많아지는 것 같다. 오후에 인근의 올림픽공원을 혼자 찾아 얼마 남지 않은 가을 정취를 만끽하여 본다. 청명한 날씨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을 가슴에 담아 보기도 하고, 건강을 위해 열심히 산책하는 모습들이 아쉬움과 쓸쓸함이 교차된다.
이제는 햇볕이 따사롭게 느껴지면서 포근한 두꺼운 옷이 생각난다. 공원 가운데에 위치한 88마당의 잔디도 이미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마치고 있다. 마당 옆 단풍나무아래 같이 물들어 있는 빨간벤치가 잠시 쉬었다 가라 한다. 앉아 있자니 작은 간헐적 미풍에 나뭇잎은 여기저기 힘없이 떨어져서 낙엽으로 쌓여만 간다.
이곳저곳 눈이 머무는 가을 풍경들이 지나온 날에 대한 그리움과 허무함을 가져온다. 오래 머물 수 없어 걸어본다. 직장 생활을 하며 누가 “몇 년 되었느냐?” 물으면 늘 “처음 직장이자 마지막 직장이 될 것 같아요” 대답했었는데, 말이 씨가 된다고 하였나! 기필코 이대로 지내며, 가을을 이렇게 보내고 있으니.....
평화의광장 호수에 있는 물레방앗간을 보니 고향생각이 난다. 무르익은 빨간 단풍과는 대조적으로 푸른 나뭇잎 사이로 보인다. 어린 시절의 친구들 ‘갑돌이’ ‘갑순이’ 모습이 떠오르며 보고 싶어진다. 친구들도 멀리하고 앞만 보고 달려왔던 25년의 직장생활을 타의든 자의든 그만 둔지도 수년이 흘러 까마득하다.
처음 몇 달 동안은 괜찮더니만, 그만둘 때 선배의 말 “마음을 빨리 비워라”가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집에서 낮에 전화 받기를 비롯해 경비원, 옆집 아줌마 등등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의 취미생활을 즐기다 보니, 신경 쓰지 않게 된다. 단순한 단풍만 보려면 이곳 산책로의 단풍이 최고인 듯하다. 어느 산의 단풍도 이렇게 아름답지 않을 것 같다.
‘올림픽파크텔’ 옆의 ‘성내천’을 건너는 ‘곰말다리’가 가을에 보니 제멋을 낸다. 오늘도 물가의 갈대가 억새를 구분하려는 노력을 안내판이 덜어 주고 있다. 선배들을 만나 좋은 조언이라도 듣고자 하면, 자식자랑에 그동안 재테크하여 번 돈 자랑만 한다. 선배이니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듣는 것은 아니 만남보다 못하다.
이러한 날이 계속되면서 모든 기능이 떨어지는 가운데, 건강만 이라도 유지해야 된다고 서서히 마음을 비우기 시작한다. 어느 책에서 본 문구가 떠오른다. ‘현실은 영원하지 않으며, 우리가 갖고 있는 것도 영원할 수 없다. 모두가 일시적인 것이다.’ 성내천의 풍경과 조그마한 꽃 사과도 단풍과 색을 같이한다.
보는 각도에 따라 팔각정의 모습이 두 모습을 보인다. 몽촌토성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팔각정과 낙엽이 떨어져 앙상해진 나무와 함께하는 쓸쓸한 팔각정의 두면을 본다. 운동을 매일 열심히 하니, 찾아오는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건강까지 챙기니 일석이조이다. 아들이 결혼하여 며느리와 손자까지 보니 즐거운 날이 계속된다.
오래전부터 아내가 다니는 산악회에 가입하여 열심히 산도 같이 오른다. 산에서 선물하는 겸손과 인내 그리고 의지를 배우며, 많은 사람과 어우러져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도 체험하고 있다. 또한 산행, 여행, 살아가며 느끼는 바를 글로 남겨 보기도 한다. 성내천에서 보는 몽촌토성(夢村土城)의 풍경은 가을 단풍의 절정임을 말해준다.
이 토성은 백제 초기에 타원형의 야산 위에 진흙을 쌓아 만들었다. 성의 둘레는 2.7km, 높이는 6-7m가 된다. 토성 안에 있는 530년으로 추정되는 은행나무(수고:17.5m, 둘레:6m)는 서울시 보호수이다. 향나무가 외롭게 서있는 언덕도 운치가 있다. 이러한 현재의 생활은 바쁘게 하루를 보내며 보람도 얻는다.
경제활동을 할 수 있으면서도 이를 회피한다고 가끔 질책도 한다. 가족에게 여유로움을 주지 못함이 안타까울 때가 자주 있다. 산책로 중에 단풍과 함께 5월에나 피는 철쭉꽃 모습이 애틋하다. 성내천의 갈대에 이어 몽촌토성 위에는 억새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지난 일요일 민둥산에서 못 본 억새를 여기서 보게 된다.
88올림픽과 함께 조성된 넓은 공원이 높은 빌딩들로 둘러싸여있다. 공원의 조망을 보고자 높이 올라간 고층건물들이 미관을 해친다. 풍경사진을 찍으면서도 건물이 보이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쓰게 한다. 지금 자신의 생활에 아내를 비롯한 전 가족들이 만족해하며 도움까지 주고 있어 감사하다. 3시간의 산책을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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