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쌓인 낙엽을 밟으면서 마지막 가을을 보내려고 가까워진 춘천의 금병산(錦屛山, 652m)을 간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입동 추위가 영하권에 이르더니, 서울에도 간밤에 첫눈이 내렸다고 한다. 새벽부터 보도되는 매스컴을 통해 알았을 뿐, 그 흔적을 찾아 볼 수는 없다. 두툼한 겨울 등산복을 꺼내 입고, 설산에 대한 기대와 함께 친구 5명이 상봉역에서 경춘선 전철(8:58)에 오른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금년 봄에 아내와 함께 산행했던 산골나그네 길로 올라 동백꽃 길로 내려온다. 신록이 우거진 금병산이 좋았기에, 늦가을 정취에 또 기대를 해본다. 김유정역(10:12)에 도착하여 레일바이크를 먼저 탈까 고민도 하지만, 산부터 오르기로 결정한다. 전에 없던 레일바이크 타는 장소가 오른쪽 200m 지점에 있다. 금병초등학교를 우측으로 두고 오르니, 등산로 안내도(10:25)가 자세히 설명한다.
춘천시내 및 김유정 소설가의 고향인 신동면 일대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산이다. 작가의 소설제목을 따서 등산로를 산골나그네길, 동백꽃길, 봄봄길, 만무방길, 금따는 콩밭길로 정했다. 지난번 산행 때는 소설을 읽은 기억이 없어 겸연쩍었는데, 오늘은 읽고 왔기에 작품의 무대인 산길에서 주인공들의 모습을 그려보기로 한다. 들머리(10:37)에서 준비하고 오르다보면, 잣나무 숲속 산림욕장(10:44)을 만난다.
아직도 평지에서는 마지막 단풍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는데, 산위는 나무들은 월동 준비로 옷을 벗어 계단에는 낙엽(10:50)뿐이다. 계단부터 마지막언덕(11:00)을 넘어 능선 갈림길(11:02)까지는 경사가 급한 오르막 구간이다. 산은 수종이 다양하고 흙이 많은 육산이라 걷기에 편한 것을 오솔길 같은 능선(11:03)이 말해주고 있다. 갈림길 주위에서 둥글레 뿌리를 캐는 주민들로 보이는 여인들 모습이 정겹다.
이산의 유래를 찾아보니 조선조 영조가 이곳을 지나다가 “금으로 병풍을 친 것 같으니 앞으로는 금병산이라 부르라.”고 명을 내렸다는 일화가 전해져 오고 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편한 능선은 이정표(11:38)가 말해 주듯이 일자(一字)형으로 길게 뻗어져 있다. 높지 않은 봉우리(11:56)에 소나무 두 그루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능선 옆으로 있는 억새동산(12:09)이 가을 정취에 한 몫 거든다.
정상아래 낙엽이 쌓인 양지바른 곳(12:15~13:00)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산에 다니다 보면 정상이 얼마 남았느냐고 자주 묻는 산우에게는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할 때도 있지만, 오늘은 6개월 만에 오는데 혼돈을 가져온다. 정상을 오른 후 하산 길은 넓은 장소가 없어, 좀 이른 식사를 한다. 15시부터 레일바이크를 타야 하기에 식사시간을 단축하고, 헬기장을 지나 정상 데크와 이정표(13:03)를 보고 오른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전망 데크(13:04)는 평일로 산객들이 없어 단체 인증 샷 한 장 찍기가 쉽지 않다. 단풍잎마저 다 떨어진 겨울산은 전에 보지 못한 거침없는 조망을 선물한다. 산행을 하는 동안 계속하여 시내 와 의암호는 물론 건너편 삼악산까지 시원스럽게 보인다. 전망대에서 보는 춘천시내의 풍경(13:05)은 호반의 도시답게 아름답다. 데크 아래에 설치된 정상 표시석(13:09)에서 정상의 기쁨을 나눈다.
정상(13:09)에서는 동백꽃 길로 하산하는데, 산골나그네 길에 비해 거리는 짧지만 경사가 급(13:16)하다. 정상 부근이라 얼었던 땅이 녹아 질퍽거리면서 미끄러워 조심하여 내려온다. 동백꽃 소설을 보면, 시골마을에서 자란 소박하고 순수한 두 남녀 주인공과 점순이의 사랑이 동백꽃 아래에서 이루어진다.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노란 꽃이 피는 동백나무(13:19)라 불렀다고 곳곳에 이름표를 달았다.
올라온 산골나그네 길의 책 내용은 덕돌이 홀어머니는 자신의 주막으로 하루 묵자고 찾아온 여인을 며느리로 삼아보지만, 그녀는 물레방앗간에 숨겨 둔 남편한테 돌아간다는 그 시대의 가슴 아픈 사랑을 다루었다. 급한 경사를 벗어나면 오래된 소나무 숲(13:26)이 피톤치드를 뿜어댄다. 직각으로 꺽어져 마을로 내려가는 갈림길 이정표(13:45)이다. 이후부터는 넓은 임도와 함께 가평의 잣나무 숲(14:00)이다.
바이크 시간에 맞춰 바쁘게 내려와 김유정 문학촌(14:19)에서 문학기행을 마무리한다. 기념전시관(14:20)에서 작가의 삶과 작품내용을 엿 볼 수 있다. 어린나이(6세, 8세)에 부모를 여의고, 휘문고보에 이어 연희전문 문과를 빈곤으로 중퇴하고는 고생하다 낙향한다. 야학을 열어 문맹자를 가르치며 문학 창작활동을 하다 결핵으로 29세에 생을 마감한다. 동백꽃에서 점순이가 닭싸움 시키는(14:20) 장면이다.
지난번 이곳을 찾았을 때는 매주 월요일 휴관으로 입장하지 못했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지 않아 김유정 동상(14:21), 초가의 생가(14:21), 연못 안의 휴게정자(14:22)를 두루 돌아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400m거리에 있는 김유정 역(14:30)으로 원점 회귀하여 약 8.6km의(점심시간 포함: 4시간15분소요)산행을 종료한다. 이제는 레일바이크를 처음 타고서 옛 강촌역으로 간다.
금년 8월에 개통한 레일바이크 구간은 일차적으로 김유정역과 옛 강촌역간의 폐철로 8.2km 페달을 밟아 선로를 달리는 구간이다. 지금은 각 지역 마다 레일바이크를 운용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체험했지만, 기회가 없어 오늘 처음 타 본다. 옛날 초등학교시절 농지 정리 작업을 하던 레일 위의 흙 운반차를 잠깐 타 본 기억이 난다. 하루 전까지 예약은 가능하나, 당일은 선착순 마감이라 일찍 도착하라고 한다.
사람 이름을 쓰는 유일한 역답게 문학기행 온 방문객들을 위한 도서 진열장 승차장이 창의적이다. 운행 횟수가 동절기에는 줄어, 탑승이 가능한 시간은 3회(11:00, 13:00, 15:00)뿐으로 서둘러 30분전에 도착하고도 마감이 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한다. 탑승가격은 2인승:25,000원, 4인승:35,000원으로 다소 비싼 것 같고, 우리같이 일행이 5명이면 좀 애매하다. 사전 승차 시 주의사항을 듣고 출발(15:00)한다.
출발하면서 내리막으로 기분 좋게 달리며 하천교량(15:04)을 건너고, 건널목(15:06)에서는 직원이 차량을 통제한다. 얼마 전까지도 경춘선 열차를 타고, 차창 밖으로 보던 풍경을 직접 가까이서 본다. 터널을 통과(15:12)하고, 산과 논 그리고 강이 흐르는 풍경(15:18)을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천천히 다가온다. 네 번째로 기억되는 제일 긴 터널 속에는 이벤트(15:35) 소품들이 즐거움을 준다.
개집 안의 영상(15:37)이 실제 동물을 갖다 놓은 것처럼 잠시 착각하게 한다. 양쪽 역에서 출발한 바이크는 등선폭포 교행구간(15:42)에서 15분정도 쉬어가는 동안 매점과 휴게소(15:46)를 이용한다. 김유정역에서 5.8km, 강촌역까지 2.4km 지점에 위치한 교차지점에는 반대편 김유정으로 가는 바이크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다. 김유정역에서는 내리막이 많아 편하지만, 강촌역에서는 반대로 힘들다고 한다.
추억이 되어버린 옛 강촌역(16:19)이 보이면서 일정도 끝나간다. 철로 옆 바위에 매달려 있는 고드름들이 좀 철이 지나서 왔다고 아쉬워한다. 옛 역사(16:24)에는 김유정 역으로 회귀하는 대형 셔틀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인근에 있는 강촌식당(16:30)에서 닭갈비로 뒤풀이를 한다. 8.6km의 금병산 산행, 김유정 고향산길 및 문학촌을 둘러보는 문학기행과 8.2km의 옛 경춘선 선로 가기 등 1타3피의 성과와 함께 친구들이 있어 즐거운 하루였다.
2012. 11. 14(水). 춘천의 금병산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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