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지방 원정 산행

영인산-아산,자연휴양림,영광의탑,깃대봉

leepuco 2011. 5. 20. 06:11

  여름이 성큼 다가온 휴일에 가족과 함께 집안 일로 아산에 다녀오기로 한다. 일찍 출발하여 일을 보고, 오후에는 그 지역에 위치한 영인산(靈仁山, 364m)에 오르기로 일정을 잡았다. 가벼운 산행을 하고는 오랜만에 주변에 있는 맛 집에서 뒤풀이를 하기로 한다. 두 곳 모두 아내와 고향을 다녀오면서 들렸던 곳이지만, 가족들은 처음이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아산시 영인면에 위치한 영인산은 높지는 않지만 가파르고 영험한 산이라 한다. 정상에는 우물이 있어 큰 가뭄이 있을 시는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예로부터 산이 영험하다 하여 영인산이라 했다고 전해져 온다. 산 정상에는 남북으로 펼쳐진 백제 초기의 석성으로 추정되는 영인산성이 위치하고 있는데 이는 역사적으로 이곳이 전략적 요충지였음을 전하여 주고 있다.

 

 

 

  영인산에 오르는 등산로는 여러 곳이 있으나, 가족이 함께함으로 자연 휴양림 까지 승용차로 올라가는 코스를 택했다. 휴양림을 찾아가는 길은 아산 방조제를 지나, 인주사거리에서 아산시(: 온양)방향으로 간다. 중간에 아산온천 이정표 따라 내려가면 휴양림이 입간판이 보인다. 입구가 대로 옆에 있지 아니하고, 차도 아래에 있어 처음 가는 사람은 다소 찾기가 힘들다.

 

 

 

  입구에서 승용차로 오르면 울창한 숲속을 드라이브 하는 기분이다. 굽은 도로를 지그재그 식으로 오르다 보면, 환상적인 경관에 그만 차를 세우게 된다. 숲속의 싱그러운 공기를 심호흡하면서 가슴속 깊이 가득 채운다. 산 중턱에 있는 휴양림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입장료를 내야한다. 성인 1인당 1,000원이고, 승용차의 경우 주차료 2,000원은 별도이다.

 

 

 

  ‘자연 휴양림이란 이러한 곳이다.’ 라고 보여 준다. 울창한 숲,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아름다운 경관 등 기본적인 사항을 모두 갖추었다. 이러한 산림 속에서 휴식을 하라고 숙박 시설과 세미나실 까지 제공한다. 간단한 운동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어, 숙박을 하려면 사전예약이 필요하다고 한다. 개인 및 단체하여 일일 숙박인원은 160여명 정도라 한다.

 

 

 

  차를 주차장에 두고, 등산로를 따라 가족이 가벼운 마음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오르다보면 이제 산은 연한 녹색에서 짙푸른 녹음으로 옷을 갈아 입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화려한 봄꽃들은 살며시 뒤로 숨고, 결실을 준비하려고 한다. 한 송이 산딸기가 수줍은 듯 고개를 내밀고 있는가 하면, 이름 모를 하얀 꽃은 아예 잎사귀로 착각할 정도이다.

 

 

 

  삼림욕이 가장 좋은 시기가 나무들이 생육이 가장 활발한 지금이 좋다고 하니 시간을 잘 맞추어 왔다. 그것도 날씨가 맑고 바람이 적은 날이 좋으며, 시간으로는 오전 10시에서 12시까지라 한다. 또한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 등 침엽수가 많은 곳에, 숲 가장자리 보다는 100m 안쪽이 좋다. 신체 리듬을 회복시키고 산소공급을 원활히 하여 인체건강에 유익하다고 한다. 왜 돌로 포장을 하였는지 오르기가 힘들다.

 

 

 

  불편한 포장도로를 따라 한참 오르다 보면 연화봉에 이어서, 학의 형상을 한 두 개의 탑이 우뚝 솟아 있다. 청일전쟁 등 전적이 있는 전략적 요충지 이곳에 민족의 시련과 영광의 탑을 건립하였다. 1997년 자연휴양림 조성과 함께 건축되어, 등산객과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한다. 탑이 세워져 있는 주위는 광장으로 되어있어 손자가 즐겁게 뛰어 논다.

 

 

 

  민족의 역사 및 문화적 가치 재조명과 아산만 일대의 국제 무역항 건설, 공업단지 조성, 아산온천 개발에 따른 배후 휴식공간을 마련해 세워진 탑으로 높이는 30m이고 둘레는 26m라 한다. 전 독립기념관장 최창규 박사가 지은 영인(靈仁) 현충(顯忠)으로 피어오른 민족의 담시(譚詩)’가 대리석에 8폭으로 새겨져 있다. 아산만 방조제와 아산호가 한 눈에 들어온다.

 

 

 

  작년에도 이곳을 아내와 찾을 때는 영광의 탑까지 왔었는데, 오늘은 깃대봉과 정상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크게 눈에 들어온다. 정상까지는 470m, 깃대봉은 220m로 모두가 가까운 거리에 있다. 우선 깃대봉 부터 오르고 나서 정상가는 것을 그 곳에서 결정하기로 한다. 연화봉을 뒤로하고 서쪽 능선으로 7~8분 더 올라가면, 벙커와 무기고 터가 남아 있는 깃대봉 봉우리이다.

 

 

 

  가는 길가에 어느 시인의 산사랑 시비가 있는 쉼터에서 휴식을 취한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군들이 이산에 주둔하며 일장기를 꽂아 두었다고 하여 깃대봉이 된 듯싶다. 아내와 둘이는 평소에 산에 다녀 무리가 없는데,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어린 손자는 힘들어 하는 것이 안쓰럽기만 하다. 자연휴양림까지만 다녀가려고, 미처 등산화를 준비하지 못 해서 더욱 그러하다.

 

 

 

  깃대봉을 눈앞에 두고는 길도 좁아지고 경사도 급하여,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모두가 등산화를 신지 않았고, 손자는 너무 어려서 힘들어 하기에 정상을 코앞에 두고 포기해야만 한다. 고향인 삽교천을 배경으로 깃대봉 표시석 앞에서 인증 샷을 찍어본다. 오늘의 최정상(351m) 깃대봉에서 사방으로 확 트인 조망을 즐기고 올라온 길로 다시 하산하기로 한다.

 

 

 

  먼 바다를 보고 있자니 최근 답답하던 마음이 시원스럽게 풀린다. 왼쪽에는 삽교천 방조제가, 오른쪽에는 아산만 방조제가, 중앙에는 서해 대교가 정겹게 보인다. 멋진 풍경을 사진에 담았으나 시야가 좋지 않아 흐릿하다. 서해안 쪽이 아닌 반대편 방향의 아산시내의 전경도 아름답다. 또한 이 지역은 주위에 온천이 세 곳(온양, 아산, 도고)이나 있어 온천욕과 삼림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올라가면서 보았던 거북이 샘에서 흘린 땀을 약수로 보충한다. 물맛이 일품이다. 우리는 여행을 떠나면 항시 숙소를 콘도나 펜션을 생각하는데, 시간을 가지고 휴양림을 알아보면 더욱 멋진 선택이 될 듯싶다. 대부분 휴양림은 도, 군에서 관리하기에 비용도 저렴하고 안정성도 뛰어나다고 한다. 가족모임이나 친구모임, 동창회모임 등도 한번 기획하면 멋진 추억이 될 것 같다.

 

 

 

  맛 집인 염치식당을 지나칠 수 없다. 휴양림에서 승용차로 5분정도만 아산시 방향으로 가다보면 염치읍이 나온다. 읍사무소와 농협이 있는 곳에 한우 음식점 타운이 오래전부터 조성되어 내려오고 있다. 등심과 육회는 우리가 흔히 먹었지만, 육사시미는 그렇지 않아 시식할 기회를 가진다. 처음에는 그것을 어떻게 먹느냐고 일단 뒤로 뺀다. 한 점 먹어보면 젓가락이 자주 그 쪽으로 가는 현상이 일어난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연일 치솟고 있는 기름 값 폭등이 우울하게 한다. 얼마 전만 해도 같은 금액이면 광천까지 왕복하였는데, 이제는 아산시만 겨우 다녀 올 정도이다. 이제는 승용차로 여행 다니기도 어렵게 되어 가는 듯하다. 대중교통인 버스나 기차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가족이 함께 아산을 잠깐 다녀오려 했는데, 눈과 입 그리고 마음까지 즐거웠고 가족의 사랑을 듬뿍 느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