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국내여행

부산-태종대,해운대 여행

leepuco 2009. 6. 19. 13:00

 

  30년 전 신혼여행으로 제주와 부산을 다녀왔기에, 그 때의 추억을 찾아보고자 아내와 함께 부산을 찾았다. 해운대 비치에 숙소를 정하고 창으로 밖을 보니 넓은 바다가 그동안 답답하던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옆으로는 광안대교가 길게 뻗어 있고 그 밑으로는 작게 보이는 배들이 흰 포말을 그리며 열심히 어디론가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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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만 되면 항상 뉴스시간 TV화면에 잡히는 해운대 해수욕장을 볼 때 마다 “가보야 하는데...” 한 것이 이제야 왔다. 해수욕장을 앞에 두고 상가 및 아파트로 빌딩 숲을 이루고 있다. 옛날에도 이렇게 높은 건물이 많았는지, 오기 전 생각과는 다른 도심 속의 해수욕장이기에 다소 실망했다. 제철은 아니지만 오고 싶던 곳이어서, 사람이 많지 않은 해변을 한동안 걷다가 추억을 찾아 태종대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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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여년 만에 오는 태종대, 오기 전 신혼 때 이곳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와서 그런지 입구부터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가까이 지내던 친구와 같은 날 결혼식을 올리고 제주에 이어 이곳으로 신혼여행을 왔었다. 유원지 입구는 옛날보다 많이 보수가 되어 확장된 듯 했지만, 순환도로를 따라 오르막길을 서서히 오르니 지난 세월이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그러나 맑은 공기와 함께 좌측의 울창한 나무숲과 우측의 하얀 파도가 부딪히는 그림은 세월만큼이나 가슴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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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을 오르니 전망대 앞의 ‘모자 상’이 보였다. 그것을 보니 옛날에  네 명이 나란히 앉아 커플끼리 같은 티셔츠를 입고 찍은 사진이 떠오른다. 그 때는 젊은 나이에 꿈과 패기도 많았었는데, 마음과 몸이 언제 이렇게 변하였는지 빠른 세월만 탓하여 본다. ‘모자 상’은 세상을 비관하며 전망대에서 자살하려는 사람들에게 어머니의 진한 사랑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여 자살을 사전에 예방하고자 1976년에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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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더 오르면 등대 자갈마당에 이르고 굽이치는 파도를 보며 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해안가의 암석이 비바람에 침식되어 낮아진 반반한 넓은 자리가 있는데 이를 태종대라 한다. 태종대의 두 대(臺)중 바다를 향한 오른쪽 대를 ‘신선대(신선바위 또는 사선암)’라 한다. 편편한 바위 위에서 신선들이 노닐던 장소였다고 하여 신선대라고 불리 우며 신선바위에서의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한 기암절경은 빼어난 볼거리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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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큰 바다에 섬 하나를 배경으로 외롭게 혼자 서서 찍은 친구의 뒷모습 사진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전에는 이곳 신선대에서 아줌마들이 멍게와 해삼 등 간단한 해산물을 팔아, 넷이 둘러 앉아 그것을 옷핀으로 소주 한잔과 함께 맛있게 찍어먹던 모습이 사진과 함께 생생히 기억난다.

 

  지금은 해산물 파는 아줌마들이 파도가 철썩거리는 해안가로 내려가 있어 추억을 되살리려 했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고 추운데다 늦은 오후시간으로 손님들이 한명도 없어 포기 하였다.

 

 

  신선바위가 있는 평범한 암석위에 외로이 우뚝 선 바위 하나를  ‘망부석’이라 한다. 왜국에 잡혀간 지아비를 부인이 신선대에서 먼 바다를 바라보며 오랜 날을 애타게 기다리다가 그대로 몸이 굳어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몇 해 전 하늘나라의 부름을 받고 먼저 간 남편을 그리는 친구의 부인 모습이 떠올라서 인지, 그냥 지나쳤던 망부석이 오늘 따라 더욱 외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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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려 올 때는 그 곳에서 택시를 이용하여 ‘자갈치 시장’으로 갔다. 옛날 보다는 현대식 건물로 바뀌었지만 억척스러운 경상도 아줌마들의 사투리와 파닥거리는 생선들, 손님을 부르는 상인들의 목소리로 이곳은 활력이 넘치는 생활의 현장이다. 그 곳에서 직장관계로 혼자 내려와 있는 처가의 친척과 만나서 밤늦도록 회를 시켜놓고 옛날의 감회에 젖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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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혼 여행지였던 부산의 태종대, 자갈치 시장을 둘러보면서, 먼저 간 친구를 그리며 밤늦게 내리는 비와도 같이 아픈 마음을 쓸어내린다. 늦은 시간 이지만, 잠이 쉽게 오지 않는 밤이다. 옛날 추억을 뒤로 하고 다음날 새로운 추억 만들기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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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일찍 숙소에서 나와 해운대비치 옆에 있는 동백섬 ‘누리마루’를 찾았다. 2005년 11월 APEC 정상회담이 열렸던 장소로 아름드리 굵은 해송이 하늘을 향해 쭉 뻗어 있다. 바로 옆 바다는 파도가 흰 포말을 내뿜으며 새로운 양식의 아름다운 건물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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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내를 공개하여 내려가니 회의실을 그대로 보존하고, 각종 사진들로 당시의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정면으로는 바다가 보이며 지상으로 내려오면 바닷물이 출렁거린다. 출구로 나오다 보니 당시 참석하였던 국가들의 표상을 잔디 정원위에 꽂아 기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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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1박2일 동안 신혼 여행지를 30년 만에 와서 보니 감회가 새롭다. 그동안 앞만 보고 정신없이 살아온 삶도 같이 되돌아보게 된다.  빨리 간 세월이외는 크게 보람된 일을 하였다는 것이 없다. 이제는 여유를 가지고 주위를 돌아보며 남은 삶을 보람되게 살아야 하겠다고 다짐도 해본다.  

 





                                                 2006.   5.   26.  여행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