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관계로 온산(溫山)에 내려가 있는 동생의 초대를 받아 아내와 함께 울산으로 향했다. 국내 비행기를 이용할 기회가 없다보니, 십여 년 만에 찾은 김포공항은 새삼스럽기만 하다. 온산은 울산광역시 울주군 남동부에 있는 읍 소재지인데, 온산 공업단지가 조성되어 중화학공업의 발달과 함께 큰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부산 가는 국도에서 조금 벗어나 ‘불광산’ 기슭에 있는 ‘장안사’(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 소재)를 먼저 찾기로 하였다. 산 계곡사이로 나있는 사찰 입구의 가로수 벚꽃나무는 꽃피는 시기에 오면 장관을 이룰 듯하다. 이 절은 673년(문무왕13)에 원효대사가 창건하여 ‘쌍계사’라 했다가 애장왕(800-809년)이 다녀간 후 ‘장안사’로 개칭하였다고 한다. 임진왜란 당시 불에 탄 것을 1638년(인조16) 태의대사가 중건하였다 한다.
경내에는 대웅전, 명부전, 산신각, 극락전 등이 있다. 대웅전은 석가여래 부처님을 봉안한 곳이며 문화재 37호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명부전은 지장보살님과 10대 대왕이 모셔져 있다. 진실사리가 모셔져 있다는 대웅전 앞 3층 석탑을 보고, 계단을 내려가다 보니 ‘포화대상’이 보인다. 아이를 못 낳는 사람들이 배를 만지면 다산 한다하여 많은 관광객이 만져 까맣다.
1400년 된 고찰답게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며칠 이곳에서 머문다면 복잡한 머리가 깨끗하여 질 듯 하다. 나오면서 보니 입간판에 빨간 바탕에 흰 글자로 “복은 검소함에서 생기고, 덕은 겸양에서 생기며, 지혜는 고요함에서 생기고, 재앙은 물욕에서 생깁니다.” 문구가 가슴에 와 닿는다.
점심식사는 부산광역시 기장군 일광면에 있는 일광해수욕장으로 진입하여, 해안선을 따라 가다보면 모래사장이 끝나는 부분에 ‘전산가든’ 음식점이 보인다. 동생이 유명한 맛 집을 찾아 안내하니, 음식 맛을 즐기기만 하면 되니 고마울 뿐이다. 음식점 분위기는 보통수준인데 인산인해를 이루어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아구’음식 전문집으로 찜과 수육만 하는데, 인원이 많으면 두 가지 다 맛보고 싶었지만 세 명 이기에 수육만 주문하였다. 수육은 주문 후 좀 기다려야 했는데 정말 맛이 있다. 난생 처음 먹어보는 ‘아구 수육’과 흔히 먹었던 ‘아구 찜’ 가격은 좀 비싼 편이나 양이 많다. 다음에 꼭 ‘찜’의 맛을 보고자 이 지역을 다시 여행 해야겠다.
울산 시내에서 약 20km지점, 일출 광장이 있는데 이를 ‘간절 곶’(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소재)이라 한다. 한반도의 동남쪽에 위치하여 해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뜬다. 공원에 들어서면 광활한 푸른바다를 앞에 두고 낮은 언덕 위로 반구대 암각화 모형비가 있다. 그 위에는 제법 멋을 낸 유럽풍 건물의 카페가 있고, 아래쪽 해안 산책로에는 독특한 모양의 장승과 어부 상, 삼 모녀 상, 거북이 상, 간절 곶 기념비가 있다.
걷다보면 이동식 작은 가게들이 길가에 줄지어 있는데, 이를 ‘길 카페’라 한다. 일출을 보는 시간에 와야 하는데 반대로 일몰시간에 왔기에, 등대가 보이는데도 못 가는 것이 아쉬웠다. 해안 산책로는 출렁이는 파도가 길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있다. 한때는 군사 통제구역 이었으나 지금은 해안공원으로 조성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간절 곶’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진하 해수욕장’(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진하리 소재)내 ‘갤럭시 모텔’에서 숙박하기로 하였다. 고운 백사장이 길게이어져 있고 수온이 적당하여, 피서 철이 되면 울산에서 제일 많은 인파가 모여든다.
10여전 동생이 다니던 직장에서 이곳에 하계휴양소를 설치하여, 어머니를 모시고 아내와 함께 물어물어 찾아왔던 기억이 난다. 같은 동네에 살다가 이곳으로 이사 와 대학교수를 하고 있는 부부와 함께한 ‘달맞이 식당’에서의 저녁식사는 새로운 추억으로 오래도록 남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음날 직장 관계로 고향인 마산에 내려와 있는 사돈을 만났는데, 동생과 같은 주말부부 신세이기에 이곳에서는 ‘마총’ ‘울총’이라는 별도의 호칭이 있다 한다. 아침 일찍 ‘해운대 C.C’(부산광역시 기장군 정관면 소재)에서 마총, 울총, 아내와 함께한 라운딩은 비록 그린이 안 좋은 것 이외에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가깝다고 하기엔 먼 사돈인데, 이렇게 지방에서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 일은 아들과 며느리가 좋아할 것도 같다.
라운딩을 끝내고 ‘칠암항’(부산광역시 기장군 일광면 칠암리 소재) 바닷가를 찾았다. 이곳도 어제의 아구 전문집처럼 붕장어로 소문난 맛 집이라 한다. 붕장어(바다장어:아나고-일본말)를 이곳 항구에서 먼 바다로 출항해 직접 잡아 오기에 맛이 있다 한다. 붕장어는 줄에 매달아 놓은 철로 만든 원통에, 멸치 미끼를 넣어 바다에 던지면 그 속으로 들어가 잡는다.
바닷가에 즐비한 회 집중 한곳을 택하여 한관을 시켜놓고 ‘회무침’ 또는 ‘회덮밥’ 등으로 요리하여 먹는 맛은 소문과 같이 지금 생각하여도 군침이 돈다. 점심 식사가 끝나자마자 울산공항으로 가서 김포로 오는 비행기에 몸을 맡겼다.
미리 일정을 준비해 둔 동생 덕분에 매 식사 때 마다 맛있는 음식과 적당한 관광, 적당한 운동을 하였다. 여행 중 느낄 수 있는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하였으니 최상의 여행이었다. 또한 1박2일의 짧은 여행으로 가족 간의 우애를 돈독하게 하고, 즐거운 추억도 만들었다.
2006. 5. 28. 여행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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