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스트셀러라고 하는 ‘엄마를 부탁해’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시골에서 보고 자란 풍경과 풍습 그리고 옛 어른들의 삶이 있는 그때 당시로 돌아간다. 시골에서 올라온 부모는 서울역에서 둘째 자식한테 가기위해 지하철을 탄다. 여기서 아버지가 함께 온 어머니를 챙기지 못해 실종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처음, 호칭(나는→너)의 변화가 엄마의 입장이기에 혼돈을 가져오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익숙해진다. 흔히들 평상시는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에 대하여 감사할 줄 모르다가, 안 계실 때 효도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한다. 이 책도 어머니를 잃어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딸, 아들, 남편은 빈자리를 느끼며 그동안 고생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읽으면서 내내, 1년 이상을 병상에 있는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가슴 아파했고 이야기 속으로 깊이 빠진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 어머니와 같이 보내었던 시대적 배경이 섬세한 문체로 묘사되어 생생하게 떠오른다. 왼손사용 못 하기, 입학금 걱정, 친척집 찾아가는 지름길, 개 조심 문구, 재봉틀, 바느질, 고무신, 호롱불 등 모두가 친숙한 소재다.
어린아이들은 도랑에서 일정구간 둑을 쌓아 막고 물을 퍼내 물고기 잡기, 쥐 잡는 날이면 쥐꼬리 잘라 성냥갑에 넣어 학교가기, 기르던 닭잡기, 사시에 합격하여 판, 검사가 되라던 부모의 바람, 아버지 밥그릇 아랫목 묻어두기, 문짝에 문종이 바르며 손잡이 부분 창호지 겹 대어 단풍잎 넣고 붙이기 등은 옛 추억을 불러오게 한다.
이웃에게 최고로 좋은 삼베로 수의를 장만하였다고 보여주던, 많은 자식 중에 하나를 하늘나라에 먼저 보내고 평생을 가슴에 묻고 사시던, 음주를 좋아하던 남편을 선술집에서 자식들이 모셔오도록 하던 모습 등도 눈에 선하다. 평생을 자식, 남편을 위해 헌신해 온 어머니의 모습인 것이다.
가족이 나서서 전단지를 돌리며 찾으러 애쓰지만, 주위에서 보았다는 사람들뿐이다. “작은 나라에 가거든 장미묵주 하나를 구해 달라”는 말만 남긴 체 어머니의 모습은 볼 수 없다. 젊은 작가답게 어머니에게도 당신 자신의 위한 남은 삶을 살아 갈 권리가 있음을 제시한다. 가묘를 보고 ‘오십년도 넘게 이집서 살았으니 이제는 날 좀 놔주시오’
자식은 바티칸 베드로 성당에서 ‘작은 묵주’ 생각이 떠올라 구입하고 나서 피에타 상 앞에 선다. 자신의 수난을 세상의 무릎과 품으로 돌려주는 여인상이 영원한 어머니임을 느낀다. 차마하지 못한 한마디가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온다.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와 함께 이 소설은 막을 내리며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지금까지 자식들과 남편들은 어머니와 아내가 헌신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기만을 기대하여 왔다. 이 소설 속에서 그러한 일방적인 생각이 얼마나 잘못 되었는가를 말하여 주고 있다. 자식들은 어머니한테 받은 사랑의 일부라도 되돌려 주어야 하고, 남편은 아내가 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자주 생각해 실천에 옮겨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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