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책 이야기

수도원 기행 - 공지영

leepuco 2009. 4. 27. 14:33

 

  베일 속에 가려져 신비스럽게 느껴졌던 수도원을 책을 통하여 알게 된다. 암자나 사찰처럼 깊은 산속은 아니지만, 조용한 산 입구나 높은 언덕위에 위치한 것을 흔히 보아왔다. 얼마 전 까지도 수도원은 남성 수사님들만 있고, 여성이 있는 곳은 수녀원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 잘못 되었음을 확실하게 알게 된다.

 


  18년 동안 냉담하다가 다시 교회를 찾기 시작한 저자는 가톨릭 신자다. 지금부터 8-9년 전 어느 날, 갑자기 주소와 연락처만 가지고 1개월 정도의 유럽 수도원 기행을 떠난다. 전혀 생소한 세계를 통해 다양한 삶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아르정탱’이라는 지역의 봉쇄수도원(관상수도원)이다.


  명칭도 처음 들어보는 봉쇄수도원,  특징은 한번 들어가면 스스로 원해서 나올 때까지는 쇠창살 밖으로 나올 수 없다. 그러나 표정이 모두 밝기만 한 수녀님 중에는 결혼하여 자녀까지 둔 분도 있다하니 새로운 사실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봉사 활동을 하는 수사님들의 일상도 잠깐 엿볼 수 있다.


  어느 수도원의 수녀님들은 모두 60세 이상인데, 하는 말씀이  “이제는 젊은 사람들은 더 이상 오지 않는다.” 갈수록 삶 자체가 힘들어지고 자기 자신만을 아는 사회로 바뀌어 가기 때문인가 보다. 어디에서는 젊은 대학생들이 여행하면서 들렸다가 머무르고 있다는 글은 부럽기까지 하며,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가톨릭 신자로서 아직도 피정 한번 다녀오지 않았기에 더욱 그러하다. 일상에서 벗어나, 지금까지 바쁘게 살아왔던 삶을 정리도 해보고 싶다. 또한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 같다. 평생을 살아도 수녀님, 수사님들은 자기 소유라곤 성경책과 책, 그리고 옷 한 두 벌 뿐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를 버려야만 하는데, 아직까지 마음을 비우지 못하고 욕심이 남아 하루하루가 힘든 것이 아닐까 한다. 아내가 늘 해오고 있는 말 “없는 가운데도 어려운 이에게 도움을 주면, 비워진 만큼 이상을 누군가가 꼭 채워준다.” 처음에는 잘 이해하지 못하였으나, 요즘 와서는 자주 생각을 해 본다.


  수도원하면 오로지 기도와 신앙 공부와 연구만 하는 곳으로 알았는데, 대부분이 가난하여 농사도 짓고 무엇인가를 만들어 판매해서 자급자족해야 한다고 한다. 옛날에는 유일한 두뇌집단의 장소가 되었던 것도 그들이 연구하여 만들어낸 맥주가 가장 맛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니, 한 가지 일에만 전념할 수 없는 이유인 듯하다.


  수도원을 이동할 때, 기차 유 레일 패스를 이용하며 느낀 글이 인상적이다. 각 룸마다 화장실과 샤워 실까지 달린 기차의 고급 침대칸을 타보았다고 한다. 호화 룸이 아니더라도 멀리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기차여행이라도 한번 떠나고픈 마음을 가지고 정리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