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를 암송(暗誦)할 수 있는 것은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는 김소월의 ‘진달래꽃’ 외는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그동안의 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로 멀리 해온 것이다. 최근에는 시간적 여유 속에 그동안 해보지 못한 것들을 찾아 한다. 그중 책을 가까이 하다 보니, 시나 소설보다는 수필을 많이 읽게 된다.
아무래도 수필은 내용면에서 저자가 보고, 듣고, 체험한 것을 쓰게 되므로 읽기가 편하고 읽으면서도 공감이 가기 때문이다. 소설은 가상의 인물이 등장하고 줄거리가 허구성에 가까우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내용 속에 심취되지 않고는 지루하게 느껴지기에, 이제서 책을 좋아하는 초보에게는 부담이 간다.
한편, 시는 독자들의 감정에 호소하여 상상력을 자극해 감동을 일으키도록 한다. 짧은 문구들의 배열과 반복에 의한 구성으로 환상적으로 이끌어 간다. 또한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면이 있기에 때론 난해한 시를 만나는 경우도 많다. 오늘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본인 자신도 거론이 되었다는 책을 선물 받아 읽게 된다.
심리상담사로 활동 중인 저자가 서른일곱편의 시와 함께 우리에게 생소한 심리치유에 대하여 설명해 준다. 주위에 있는 이웃들의 성격상에서 오는 우울증 등을 치유한 사례도 소개한다. 저자 자신도 말을 하지 않고 남의 말을 주로 듣는 편이므로, 마음속에는 발산하지 못한 삶의 상처들로 괴로웠던 시절을 고백한다.
시를 통해 마음의 문을 열고는 상처들이 치유되는 경험을 통해서, 자연의 소리와 인간의 목소리가 서로 조화를 이루면 마음의 병은 물론 육신의 병까지도 털어낼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된다. 오랜 시간 큰소리로 시를 읽으면, 죽어버렸다고 여겼던 뇌세포들이 하나씩 살아나면서 건망증도 조금씩 덜해진다고 한다.
현대인이 점점 우울해지고 거칠어지는 것은, 귀로 들어가는 소리들은 많은 반면 입으로 나오는 소리들은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컴퓨터와 휴대폰 등 통신기계와 대면하는 시간에 비해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며 대화하는 시간이 부족한 탓이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많은 사람들과 만나야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말이 없고 조용한 사람은 변화되기가 힘들다. 수동적인 성향으로 인해 내부와 외부의 에너지가 교류되지 않기 때문에, 사고와 행동 모두 폐쇄적으로 굳어지기 쉽다는 내용에 공감이 간다. 최근의 나의 생활 모습과 같기 때문이다. 시낭송을 통하여 성격의 치유가 된다고 하니, 시와 우선 가까워지려고 노력해야겠다.
많이 듣고 적게 말하면, 즉 들어오는 것에 비해 나가는 것이 적으면 말 그대로 ‘속이 썩는다’고 한다. 즉 먹은 만큼 내 보내야 변비에 걸리지 않는다. ‘사람도 귀로 들은 만큼 입으로 내보내야 조화로운 삶을 살수가 있다. 부부 사이도 자기가 하는 말만큼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 게 당연하다’란 글귀가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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